정(情)
갑오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새벽이지만 예전처럼 거리에서 캐롤송이 안 들리니 무언가 삭막한 것 같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연말과 성탄의 분위기에 들떠 괜히 즐겁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근대 산업화시대를 거쳐 정보화사회, 첨단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역할, 즉 인간이 스스로 하는 일이 줄어들고 기계와 첨단 설비들이 인간을 대신하게 되었다. 우리 인간 스스로도 공동체적인 삶 보다는 개인을 중요시 여기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만 해도 우리가 어릴 때 단체로 하는 놀이들이 많았다. 줄넘기, 사방치기, 숨바꼭질, 자치기 등 동네 아이들이 수시로 공터에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혼자서 또는 서넛 명이서 수준에 맞는 컴퓨터 가상 게임을 하고 있다. 어른들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인간의 정이 점점 메말라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직도 젊다고는 생각하고 살지만 약간 더 젊은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도 많고 업무적으로도 상당히 바쁘게 지난 세월이었다. 이제는 그 때 보다는 한가해지고 접 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 되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면 불자로서 도반들과의 인연이다. 어쩌면 이 인연은 내가 살아가면서 마지막으로 맺어지는 인연으로 이제는 나의 절반이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반들은 비슷한 연령대에 지향하는 신앙심도 같아서 늘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도반들과의 모임이다. 좀 더 젊은 시절에는 모임을 갖고 회식을 하더라도 직장동료나 이해 관계자들과의 모임이 가족들의 모임보다도 즐겁고 보람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노년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는 나의 행동반경도 줄어들었지만 가족들과 특히 아내와의 회식이 가장 즐겁고 기다려진다. 나도 벌써 결혼 30주년이 내년이다. 내가 혼자 살아왔던 그 세월과 같아지면서 가족으로서의 정이 깊숙이 젖어들었다. 젊을 때도 아내와 가끔은 말다툼을 하였지만 지금도 가끔씩은 부딪히고 있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고 어쩌면 내가 잘못한 것인데도 괜시리 심통을 부려보곤 한다. 이내 후회해 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부부사이가 아닌가 한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저 부부 이니까!!!. 연인이요, 친구요, 동반자여, 조언자여, 때로는 반대자이기도 한 아내...... 한 가족이며 한 몸이기도 하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들어서 마냥 그립고 기대고 싶은 정(情)이기도 하다. 일주일 남은 갑오년에 을미년의 새로운 희망을 담아본다. 언제나 늘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내 업장에 스며들은 잘못된 관행들도 되돌아보며 고쳐 가며 살아야겠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살거나
같은 학교, 사무실, 식당에 다니기 때문에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는 '근접성 이론'에
따르면 근접성은 친숙함, 긍정성과 연관이 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이미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된 적이 있는가.
긍정적인 연상 작용은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다. (칼린 플로라의《깊이 있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중에서)
*** 자주 만나면 가까워지고
안 만나면 멀어지고 잊혀집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끼리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합니다.
'미운정 고운정'은 가까이 있는 사람, 자주 마주치는
사람 사이에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며
더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한 삶입니다.
<출전 : 2014.12.19. 고도원의 아침편지>
2014.6.29. 문수거사회 일동
2014년12월24일 새벽 현담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