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법의 바퀴를 굴리다

이원도 2022. 3. 30. 14:36

법의 바퀴를 굴리다 

 

 

 박희택/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법의 바퀴(法輪)’를 굴리는 전법(轉法)의 부처님을 봬오면 두 가지가 크게 실감된다. 하나는 부처님께서는 다 알고 다 보신다(悉知悉見)는 점이다. ‘실지실견 <금강경> ‘이상적멸분 끝부분에 나오는 구절로서, 이 경전을 수지독송하는 선남자 선여인이 모두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될 것임을 여래는 부처의 지혜(佛智慧)로 다 알고 다 본다는 표현으로 나온다. 말하자면 불지혜의 안목이 실지실견임을 나타낸 것인 바, 실제로 부처님께서는 전법의 여정에서 실지실견의 안목을 매순간 유감없이 드러내셨다.

 

이것은 지혜의 완성으로서의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의 여실지견(如實知見)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예컨대 유복한 집안에 태어난 데다 매우 영특하고 성품이 곧고 단정한 마하가섭의 출가를 받아들일 때, 남편과 자식과 친정 부모를 모두 여읜 가련한 여인 파타차라의 의지처가 되어줄 때, 살인자 앙굴리말라를 교화할 때, 자신을 해치려고 부단히 시도하는 제바달다를 섭수할 때 그때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실상에 맞게 지견을 드러내 보이셨다.

 

다른 하나는 부처님께서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를 좋이 이루신다는 점이다. 이 점 또한 실지실견의 연장선상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총지(總智, 일체적 지혜)와 별지(別智, 특성적 지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불지혜(佛智慧)의 불안(佛眼)이라 할 것이다. <금강경> ‘일체동관분의 오안(五眼)에 연비되는 오지(五智) 가운데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는 총지이고, 대원경지(大圓鏡智)와 평등성지(平等性智)와 묘관찰지(妙觀察智)와 성소작지(成所作智)는 별지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베풀어 그들이 번뇌를 떠나도록 인도하는 부처님은 보편성이며, 카필라로 마음이 향해 있는 것은 특수성이다. 출가할 때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한 것은 보편성이며, 아들 라훌라를 출가시킨 것은 특수성이다. 석가족 사람들이 정반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기를 청하여도 여래는 법왕(法王)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편성이고, 부처님께서 고국 카필라에서 사람들을 교화하며 지내신 것은 특수성이다. 열림()과 닫힘()의 여법한 조화라 할 수도 있겠다.

 

부처님의 전법의 길을 계속 따라가 보기로 하자. 마하가섭 부부의 동시 출가는 부처님 회상(會上)의 거룩함과 원만함, 매력과 흡입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부처님께서 가섭이여, 나는 그대를 알아보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스승입니다. 이제 내가 설하는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기를 바랍니다. () 만약 내게서 수행을 배우고자 한다면 청정하게 수행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공경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언제나 바른 생각을 일으키되 잠시라도 그 생각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불교성전 1-5-7)” 하고 하신 말씀은, 두타행을 완벽하게 다 갖춘 상수제자 마하가섭을 위한 곡진함이었다. ‘알아봄은 염화시중으로 이어졌으며, 공경과 참회, 바른 생각의 일으킴과 놓치지 않음은 교단의 지남이 되는 말씀이다. 당신의 분소의(糞掃衣, 가사)를 기꺼이 내주신 것 또한 여래의 열반 이후 교단을 부탁한다는 무언의 부촉이 아니고 무엇이랴!

 

코살라국 스라바스티(사위성)의 기타 왕자와 급고독장자가 힘을 합하여 기원정사를 건립한 보시행을 통해 보시의 공덕을 새기게 된다. 커다란 재산을 베푸는 보시행보다 더 귀한 공덕을 쌓은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그 순서를 자상하게 일러 주고 계신다. ‘여래 세존께 보시 ­ 승가에 공양 ­ 절을 세움 ­ 삼보에 귀의 ­ 오계를 지킴 ­ 세상을 향해 자비심을 품음 ­ 자신과 세상의 덧없음을 절감함 순으로 더욱 커다란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하셨다. 가장 큰 공덕인 자신과 세상의 덧없음을 절감함 마음공부를 잊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출전 : 불교신문3709/20223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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