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고행의 포기와 진정한 수행

이원도 2023. 6. 12. 19:41

왕이 물었다. “존자 나가세나여! 붓다께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 고행을 버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극심한 고행에 의해서조차 나는 인간의 힘을 초월한 바르고 뛰어나고 성스러운 지견(智見)을 체득할 수가 없다. 이제 깨달음에 이르는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라고. 이후 다른 수행에 의해 전지자에 이른 붓다께서는 다시 그 어려운 수행의 실천도로 제자를 가르쳐 힘쓰게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한 것입니까?”
존자가 답했다. “대왕이시여!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수행은 유일한 실천도입니다. 붓다께서는 그 실천도를 밟고 나아가 전지자에 이르신 것입니다. 고행에 의해 마음이 쇠약해지고, 마음이 쇠약해지자 그는 전지자에 도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아주 조금씩 단단한 음식을 섭취하였고 그러한 수행의 실천도에 의해 오래지 않아 전지자에 이르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완전한 인격자들이 전지자의 지혜를 획득하게 해주는 실천도입니다. 붓다께서 고행할 당시 전지자의 지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는 과실은 정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에 있는 것도 아니고, 번뇌와의 싸움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로 과실은 단식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더러워진 옷을 입고 그것을 빨아 입지 않는다면 그 과실은 물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남자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수행은 실천되고 완성되기 위해 준비되어 있을 뿐, 수행 자체에 어떠한 과실도 없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존자시여!”.
성도(成道) 후 49일 동안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시던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실상을 보고 진리를 설파하려던 마음을 주저하셨지만 범천의 간절한 요청과 중생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이기지 못해 다시 세상을 살펴보았다. 많은 연꽃이 같은 연못에서 자라지만 진흙과 물이 묻지 않은 채 화려한 빛깔과 은은한 향기로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솟아오른 연꽃이 있는 것처럼, 불법(佛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을 중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 부처님께서는 선언하신다. “내 이제 감로의 문을 여나니 귀 있는 자는 들어라! 낡은 믿음을 버리고”.

부처님께서는 전법(傳法)을 선언한 후, 법(法)을 설할 대상으로 함께 수행하던 다섯 사문을 찾게 된다. 이들은 싯달타가 우유죽 공양을 먹는 것을 보고, 고행을 버리고 타락했다 하여 떠났던 자들이었지만 이들 역시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자들이었으므로 고행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음을 알게 한다면, 즉 진리를 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면 법(法)을 이해하고 증득케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설한 법이 중도(中道)이다. 중도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관능의 쾌락에 빠지거나 또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데 열중하는, 아무 이익이 없는 두 극단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 정도(正道)라고도 할 수 있는 중도(中道)는 모든 번뇌를 쉬게 하고 깨달음을 얻어 미묘한 열반에 이르게 하는 부처님께서 직접 제시하는 바른 수행법이다.

방법과 길이 제시되었다면 그 길에 발을 디디고 서서 나아가는 것은 이제 온전히 수행자의 몫이다.

혜인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 출전 : 불교신문 2023.6.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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