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사천왕문

이원도 2022. 1. 14. 09:14

사천왕문

 

사찰은 다른 이름으로 승원이나 사원, 절 혹은 가람이라고도 합니다. 가람은 산스크리트어 Saṃghārāma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가람에 들어가려면 대개 몇 개의 문을 거쳐야 합니다. 입구에서 첫 번째 만나는 문은 일주문이고 이어서 금강문·천왕문·불이문 등을 차례로 거쳐야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강문·사천왕문을 지나다 보면 불교는 평화롭고 사랑과 용서·자비심이 넘치는 곳인데, 왜 문 앞에 금강역사와 사천왕들이 이상한 악기나 무기들을 손에 들고 무섭게 째려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천왕은 천상계에서 가장 낮은 천상인 사천왕천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신화적 존재로서, 불교와 사찰을 수호하고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르게 사는지 살피고 불법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들입니다. 지국천왕과 광목천왕 그리고 증장천왕, 다문천왕이 그분들입니다.

 

지국(持國)천왕의 본명은 드리타라슈트라(dhṛtarāṣṭra)로서 산스크리트어의 가지는·소유하는 뜻의 드리타(dhṛta)와 왕국·영역이라는 뜻의 라슈트라(rāṣṭra)가 결합한 이름입니다. 수미산 중턱인 사천왕천에서 동방을 지키며 비파라는 악기를 들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동방에서 불법과 영토를 지키고 중생들을 편하게 보호하라고 명하였고, 그는 이에 따를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광목천왕으로 불리는 비루팍쉬(Virūpākṣa)는 사천왕천의 서쪽에서 많은 용들과 함께 서방을 지키는 천왕입니다. 그의 이름에서 비루파(Virūpa) 여러 가지 색이라는 뜻이고, 악쉬(akṣa) 이라는 뜻이어서 여러 가지 색의 눈을 가진 이라는 말인데, 이를 한자로 넓을 광()과 눈 목()으로 번역해서 광목천왕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왼손에는 창, 오른손에는 금강저를 들고 있습니다.

 

증장천왕의 본명은 비루다카(Virudhaka)로서 남쪽을 관장합니다. 비루다카란 자꾸 늘어난다·넓어진다는 뜻으로 한자로 늘릴 증(), 길 장()을 써서 증장이라고 부릅니다. 중생의 이익을 넓고 길게 늘여 주려 하는 천왕으로 취모검이라는 검을 쥐고 있습니다.

 

다문천왕(多聞天王)으로 불리는 바이스라바나(Vaiśravana)는 북방을 수호합니다. 바이(Vai) 두루’, 스라바나(śravana) 듣는다는 뜻인데, ‘두루 많이 듣는다.’  부처님의 설법을 두루 많이 듣는 천왕입니다. 항상 부처님의 도량을 지키고, 설법을 듣기를 즐기며 손에는 보배로운 탑인 보탑을 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천왕은 사찰의 동서남북 사방을 수호하다 보니 두 눈을 부릅뜨고 무섭게 보이지만 사실 불교를 보호하고 불자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는, 반전 매력의 고마운 천신들입니다.

 

[출전 : 불교신문3682/20219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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