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나쁜 친구를

이원도 2021. 11. 22. 15:35

계초심학인문-나쁜 친구들을 멀리하고

 

양관스님 울산 동축사 주지·전 동화사승가대학장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은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知訥)스님이 저술한 것으로 불교에 처음 입문한 수행자가 읽고 배우는 교재 중에 가장 처음 시작하는 글이다. 처음 불문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세와 마음가짐, 생활 방식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 당시 불교계는 국가의 비호 속에서 많은 폐단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내용은 수선사의 결사를 통해 수행인답게 공동체를 이끌기 위해 지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을 보면 초심자가 경계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렇다고 초심자가 경계로 삼을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청규로 삼아 익혀 나가야 할 것을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 수행의 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초심자, 스님들, 일반 신도들까지 배워야할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초심자의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夫初心之人 須遠離惡友 親近賢善

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

대저 처음으로 마음을 낸 사람은 모름지기 나쁜 벗을 멀리하며 어질고 착한 사람을 가까이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 잘 지니고 때론 범하며 열고 막을 줄을 잘 알아야 하느니라.

 

불문을 떠나서 어디에 머물고 어디를 가든지를 막론하고 그곳에는 반드시 규범으로 삼는 일들이 있다. 그래서 그 규범을 빨리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때 생활은 한결 편안해지며, 자신이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조직마다 각각 다른 세밀한 규범을 갖고 있지만, 보편적인 도덕규범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기도 하다.

 

이 내용은 불교에 처음 입문하여 수행하고자하는 마음을 발한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설하고 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것이 나쁜 친구들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일반 규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시작이다. 부모님들이 좋은 친구 사귀고 나쁜 친구는 멀리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던 것과 다르지 않다. 학교나 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고 우리들 불문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나쁜 친구들을 멀리 떠나는 것 그리고 그 주위에도 가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 뒤에 이어지는 자경문에서 야운비구가 조지장식필택기림(鳥之將息必擇其林)이요 인지구학내선사우(人之求學乃選師友)니라 - 새가 쉴 때는 반드시 그 쉴 만한 숲을 잘 선택해야 하고, 사람이 배울 때 역시 스승과 벗을 잘 선택해야한다는 말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벗을 가까이 하고 나쁜 벗을 멀리하는 것은 모든 관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일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수행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어질고 착한 사람, 좋은 벗이 되어 다른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어야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초심자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불교의 기본계율인 5, 10계 등을 받아야 한다는 말과 계율을 지니고는 범하며 열고 막을 줄 알아야함을 말하고 있다. 계율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초심자에게 범하고 열고 막는 것까지 말한다.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을 능수능란하게 하려면 초심자가 아니라 몇 십 년 수행한 사람들이나 돼야 할 것이다.

 

사실 5계나 10계 등의 구체적인 계율 이전에 수행자라면 어떤 마음의 계율을 지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일곱 부처님이 공통적으로 설했다는 칠불의 게송을 통해서 계율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정립해 나가야 한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 , 모든 악을 것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계율에 들어가 지범개차 이전에 착한 일을 실천하고 악을 막으려는 마음을 먼저 가질 때라야 부처님의 성스러운 계율과 가르침을 잘 따라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전 : 불교신문3677/20218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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