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강설ㅡ 진우 스님
본문
유일유(二由一有) 일역막수(一亦莫守)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둘이 되니,
하나 역시 지키지 말라.
강설
이번 구절 역시 분별(分別)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철학자 데카르트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생각하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부처님께서는, 생각하는 것은 분별(分別)로 이어져서 고정관념(固定觀念)을 만들어낸다고 하셨다. 고정관념이란 굳어진 생각을 말하는데, 이것이라는 하나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저것이라는 다른 하나의 생각이 생겨나므로, 세상 모든 것을 둘로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을 생각하면 불행이 생기고, 극락을 생각하면 지옥이 자동으로 생겨난다. 물론 태어났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죽는다는 생각이 생긴다. 이러한 생각이 실재의 모습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마음을 망념(妄念)이라 한다.
그래서 만법유식(萬法唯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모든 것이 그대로 나타나서 존재하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하나의 생각으로 말미암아 또 다른 하나의 생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좋은 생각을 하면 덩달아 나쁜 생각이 같이 나타나게 되니, 한 생각은 곧 괴로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이 둘로 나누어져 선악(善惡) 시비(是非) 분별의 상대적인 개념이 되고, 이 시비(是非) 분별이 수많은 생각으로 갈라져서 결국 온갖 사건 사고의 번뇌 망상이 되어 괴로움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한 생각을 없앰으로써 시비 분별을 사라지게 하면서 궁극에는 생사마저 해탈하는 것이 불교의 최종 목적이라 하겠다.
늘 강조하듯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더 좋은 것을 찾으려고 무지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 나쁜 인과(因果)의 과보(果報)가 달라붙는다. 행복한 만큼 불행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삶의 딜레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방이 불을 좋아하여 불로 뛰어드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작금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다. 북한의 핵을 없애기 위해 여러 국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나라
국민들이 애를 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그러나 세계적인 큰일이라 할지라도 사실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크게 욕먹을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들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역사 역시 인과의 흐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만끽한 인과(因果)로 인하여 전쟁이라는 과보(果報)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한쪽을 고집하면 다른 한쪽이 생기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자의 업(業)이 좋아서 평화를 지키게 되는 때도 있고, 각자의 나쁜 업이 모여서 전쟁이 생기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공업(共業)의 인과(因果)이다.
문제는, 평화로운 때에도 어떤 사람은 나쁜 업이 작용하여 무척이나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전쟁 중에도 어떤 사람은 좋은 업이 작용하여 무척이나 행복하고 즐거운 때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결국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락(苦樂)의 업(業)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 일어나든, 큰 사건이 발생하든, 이 또한 인과의 작용으로서 거대한 공업(共業)에 의한 것이므로, 내가 간섭을 하든 간섭을 하지 않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독립이니, 민주 투쟁이니, 평화니, 옳고 그른 시비니, 가족이니, 직장이니, 사회니, 국가니 하는 것들은 시비(是非) 분별의 인과가 흐르는 모습들로서, 영원히 인과(因果)의 반복만 거듭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시비 분별의 관념(觀念)인 망념(妄念)을 없애는 것 이외에는 중요한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생각을 없앰으로써, 또 다른 생각이 과보로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여, 좋고 나쁜 인과의 과보를 끊고, 영원히 시비 분별이 없는 피안(彼岸)의 깨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함에 세상 큰일보다 더욱 더 중요한 일은 바로,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 이상의 것은 없다.
송(頌)
세상에 큰 일도 인과(因果)의 흐름일 뿐,
간섭을 하거나 간섭을 하지 않거나
중요한 것은 내가 편안한가이다.
편안 하려면 시비 분별의 망념(妄念)에서 벗어나라.
<출전 : 불교신문2023.5.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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