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만경의 일승사상 2
승만경의 일승사상 ㅡ 2
혜총스님/부산 감로사 주지
<법화경(法華經)> 비유품에 보면 이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등 삼승(三乘)의 방편에 대해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비유를 들어 설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옛날 어느 곳에 나이 많은 부자인 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은 큰 저택임에도 입구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장자가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집에 큰불이 나자 장자는 집안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불이 난 것도 모르고 뛰어놀기에 바빴는데 아이들을 구하고자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외쳤지만 아이들은 노는데 정신이 팔려 불이 난 것도 모르고 또 불이 무엇인지 죽는 것이 무엇인지 불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아이들을 구하고자 장자는 한 가지 방편(方便)을 썼습니다.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너희들이 가지고 싶어 하던 장난감이 있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있다. 얼른 나와 보거라.”
관심도 없던 아이들은 아버지의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집 밖으로 무사히 나왔습니다. 장자가 아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장난감이 어디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아이들에게 흰 소가 끄는 바람처럼 빠른 멋진 수레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질문하십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 탈것을 말하였는데 나중에 훌륭하지만 큰 탈것을 하나만 준다면 이 아비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되는가?”
사리불이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람은 어리석은 아이들을 구하고자 집에서 나오게 하여 생명을 구하였으므로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죽지 않았기에 장난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사람이 아이들에게 수레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거짓말쟁이는 아닙니다. 처음부터 방편을 써서 아이들을 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와같이 부처님이 절묘한 방편으로 불타고 있는 집에서 곧 타죽게 생긴 아이들을 도망치게 한 후에 흰 소가 끄는 멋진 수레를 주는 것처럼 삼계(三界)로부터 중생(衆生)을 벗어나게 하기 위해 지혜로써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을 위한 세 가지 탈 것, 삼승(三乘)을 보이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지만, 가르침은 지금도 전하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들도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는 부처님의 자은(慈恩)을 마음에 새기고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으로 사바세계의 고해(苦海)에서 방황하는 중생을 위해 법(法)을 보여주신 가르침이 바로 <승만경>에 들어 있으니, 어찌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물질적 풍요를 좇는 세인(世人)들에게 무상(無常)의 대도(大道)를 일러주셨음을 잊지 말고 수행정진해야 합니다.
[출전 : 불교신문 3742호/2022년11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