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인내하고 용서하는 힘

이원도 2022. 10. 13. 11:34

인내하고 용서하는 힘

글쓴이 :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선남자여, 보살에게 열 가지 법이 있으면 인욕을 청정하게 했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안에서의 인욕(內忍), 밖에서의 인욕(外忍), 법을 위한 인욕(法忍),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인욕(隨佛忍),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욕(無方所忍), 곳곳마다 참는 인욕(修處處忍), 이유가 없는 인욕(非所爲忍), 괴로워하지 않는 인욕(不逼惱忍), 가엾이 여기는 인욕(悲心忍), 서원의 인욕(誓願忍)이다(보운경 ; 불교성전 3-4).”

<보운경>은 양나라 삼장 만다라선이 모두 7권으로 번역한 경인데, 보살이 실천하여야 할 10바라밀을 저마다 열 가지 법으로 설하고 있다. 인욕바라밀의 열 가지 법은 제1권에 나온다. 이 가운데 ‘밖에서의 인욕’은 자신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에 대해 남들이 나쁜 말이나 꾸지람이나 헐뜯고 욕하며 비방하는 소리를 하더라도 참고 화내지 않음을 말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욕’은 예컨대 지식인에게는 참는데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참지 못하거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참는데 지식인에게는 참지 못하는 것을 넘어섬을 말한다. ‘곳곳마다 참는 인욕’은 부모나 스승과 같은 소중한 이에게는 참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참지 못하는 것을 벗어남을 말한다.

‘이유가 없는 인욕’은 사연, 이익, 두려움, 은혜, 친구, 부끄러움 때문에 참는 것이 아니라 항상 참음을 말한다. ‘서원의 인욕’은 “내가 지금 그들을 구제하고자 한다면 화를 내어 그들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만일 내가 참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도 해탈하지 못할 텐데 하물며 중생을 이익되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맹서함을 말한다.

보운경의 열 가지 법은 <보왕삼매론>의 열 가지 수행(불교성전 3-4)을 연상하게 한다. 보배로운 가르침이란 점에서 보운(寶雲)과 보왕(寶王)은 상통한다. 보왕삼매론은 대장경에는 편장되어 있지 않지만, 불자들의 삶의 지혜를 아름답게 집약한 말씀이기에 불교성전은 인욕절에서 취택하고 있다. 중국 원말~명초의 고승이었던 묘협스님은 모두 22편에 달하는 <보왕삼매염불직지>를 찬술하였는데, 그 중 제17편 십대애행(十大碍行)이 곧 보왕삼매론이다.

보왕삼매론의 열 가지 수행 중 첫 번째~네 번째(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군 없기를 바라지 마라)와 열 번째(억울함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마라)는 역경(逆境)에 관한 가르침이다. 다섯 번째~아홉 번째(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 때는 보답을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는 순경(順境)에 관한 가르침이다.

보왕삼매론의 열 가지 수행이 역경과 순경에 대하여 반반씩 설하고 있는 점은, 고(苦)는 물론이고 낙(樂)에 대해서도 인욕하라는 <무진의보살경> 제2권(제37회 독송)의 취지와도 정히 부합된다. 그렇다. 보살의 인욕은 좋은 일에 대해서도 그 무상함을 관찰하여 들뜨지 말고 인욕하라는 내용을 포괄한다. 하여 보왕삼매론과 더불어 세간에서 회자되는 <잡보장경> 제3권의 “때로는 눈처럼 차야 하고(或時作寒猶如雪), 때로는 불꽃처럼 뜨거워야 하네(或時現熱如熾火). 참을 수 없음을 참는 것이 참된 참음이요(忍不可忍是眞忍), 참을 수 있음을 참는 것은 보통 참음이네(忍者應忍是常忍)”까지 독송하면 기쁨은 더욱 충일해진다.


[출전 : 불교신문 3737호/2022년10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