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이야기
용하스님의 현우경이야기] <30> 꿀을 바친 원숭이의 인과
용하스님/포천 정변지사 주지
‘사질자마두라세질품(師質子摩頭羅世質品)’에 이와 같이 전한다.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사질’이란 바라문이 있었다. 그에게는 재물은 많으나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여섯 외도(外道)의 스승들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너의 상에는 자식이 없다.” 사질은 크게 낙심하였다. 사질의 부인이 그에게 부처님을 찾아가 여쭤보기를 권했다. 사질은 곧 부처님을 찾아가 정례하고 여쭈었다. “제 상(相)에 아이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그대는 복덕을 두루 갖춘 자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크면 출가를 원할 것이다.” “아이가 생긴다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사질은 다음날 부처님과 제자들을 청하여 극진히 공양을 올렸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공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어느 맑은 샘물가에서 발우를 씻었다. 그때 원숭이 한 마리가 아난에게 다가오더니, 발우를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아난이 주지 않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염려 말고 발우를 주어라.”
발우를 받은 원숭이는 나무에 올라가더니 꿀을 가득 담아 와서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 아닌가! 부처님은 꿀에 물을 타서 제자들이 골고루 마시게 하였다. 그것을 본 원숭이는 크게 기뻐하였다.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추었다. 그러다 그만 큰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열 달 후 사질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 그날 신기하게도 온 집안의 그릇마다 저절로 꿀이 가득 담겼다. 이것을 보고 아이 이름을 ‘마두라슬질’, 즉 ‘밀승(蜜勝)’이라고 지었다. 밀승이 성장하니 과연 부처님의 말씀대로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밀승은 바로 부처님께 출가하여 비구가 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고 닦아 아라한이 되었다. 밀승은 비구들과 교화에 나섰다가,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플 때면 발우를 공중에 던졌다. 그러면 저절로 꿀이 발우에 가득 담겨 모두가 배를 채웠다.
어느 때 아난이 물었다. “밀승 비구는 어떤 복을 지었기에 아라한이 되고 또 항상 꿀이 가득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는 20년 전에 꿀을 발우에 담아 우리에게 공양하고, 기뻐서 춤추다 연못에 빠져 죽은 원숭이를 기억하느냐? 그 원숭이가 죽어서 사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출가하여 지금의 밀승 비구가 되었느니라.” “그는 어떤 인연으로 원숭이로 태어났습니까?”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어느 젊은 비구는 늙은 비구가 개울을 건너가는 모습을 보더니, 그 건너뛰는 모습이 꼭 원숭이 같다고 깔깔대며 조롱하였다. 늙은 비구가 물었다. ‘너는 나를 아는가?’ ‘아다마다요. 가섭부처님 제자 아니요?’ ‘나는 사문의 모든 도를 갖추었다.’ 순간 젊은 비구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깨달음을 얻고 참회하였다. 그는 비록 참회하여 지옥에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500세 동안 늘 원숭이가 되었으며, 지금의 나를 만나 온갖 고통에서 벗어나고 아라한이 된 것이다.”
원숭이 같다는 조롱으로 인하여 원숭이의 생을 얻고, 부처님께 바친 꿀로 인하여 꿀이 가득한 생을 얻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서 순간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는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원숭이가 꿀을 공양할 줄 아는 것은, 젊은 비구가 조롱의 구업(口業)에 이어 깨우침과 참회의 인(因)을 심었기 때문이다. 인과의 법칙은 이렇듯 철저하다.
[출전 : 불교신문 3736호/2022년10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