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먼버다 눈 먼 거북

이원도 2022. 9. 14. 17:31

먼 바다 눈 먼 거북


종연 스님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물었다. “큰 바다에 눈 먼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거북이는 백년에 한 번씩 물 위로 머리를 내놓는데 그때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를 만나면 잠시 그 구멍에 머리를 넣고 쉰다. 그러나 이 나무를 만나지 못하면 쉬지 못하고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거북이가 과연 나무판자를 만날 수 있겠느냐.”


“그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눈까지 먼 거북이가 백년 만에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 때 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를 만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합니다.” 아난다는 대답했다.

이에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눈 먼 거북이가 구멍 뚫린 나무를 만나는 것보다,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이 육도 윤회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 왜냐하면 저 중생들은 착한 일을 하지 않고, 서로서로 죽이거나 해치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괴롭혀 한량없는 악업을 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너희는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내가 가르친 ‘성스러운 네 가지 진리(四聖諦)’를 부지런히 닦으라. 만약 아직 알지 못하였다면 불꽃같은 치열함으로 배우기에 힘써야 한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이 내용이 첫 번째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눈먼 거북이에 대한 비유설법이고, 두 번째로는 인생난득(人生難得) 불법난봉(佛法難捧) 차생실각(此生失却) 만겁난우(萬劫難遇), 즉 인간 몸 얻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려우니 이번 생에 깨닫지 못하면 만겁이 지나도록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방일(放逸)하지말고 열심히 수행하라는 설법이다.

이와 비슷한 비유로서 사람 몸 받기 어렵다는 것 비유한 말로는 ‘섬개투침(纖芥投針)’이 있다. 바늘을 땅위에 세워두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던져 그 겨자씨가 바늘에 꽃힐 확률이라는 뜻이다. 맹구우목이나 섬개투침처럼 우리가 육도윤회에서 사람 몸을 받기 어려우니 어렵게 사람 몸을 받아 태어난 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선업을 쌓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사람 몸을 받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있다면, 개경게(開經偈)의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구절처럼 굉장히 만나기 어려운 수승한 법을 배우고 공부하는 것임을 알아 수행에 게으른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혼자만의 수행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섭법(四攝法)의 다른 이에게 베푼다는 보시섭과 다른 이를 이롭게 한다는 이행섭의 동체대비심을 내어 아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해 사바세계의 화택(火宅)에서 고통 받고 있는 미혹한 사람들이 하루속히 번뇌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윤회 속에서 이미 사람의 몸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 과보는 만겁(萬劫)이 지난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눈 먼 거북이가 나무 구멍을 만나야만 쉴 수 있듯이, 사바세계에서 애욕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있는 우리들도 부처님의 법을 만나고 수행해야만 참된 휴식을 얻을 수 있다. 고통과 휴식 결국 우리네들의 수행에 달려있는 것이다.

[출전 : 불교신문 3733호/2022년9월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