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법의 맛을 아는 공덕

이원도 2022. 8. 11. 13:14

★법의 맛을 아는 공덕★


용하 스님 :  정변지사 주지


설두라건녕품’에서는 이와 같이 전한다.

어느 날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교진여 등 다섯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울리는 법고(法鼓)를 가장 먼저 들을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진여 등은 전생에 내 육신의 살을 먹은 인연으로 금생에 법식(法食)을 먼저 먹고 해탈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의 살을 먹다니요. 대체 어떤 인연입니까?”

“먼 옛날 이 땅에 ‘설두라건녕’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큰 나라를 자비심으로 다스렸다. 어느 때 그 나라에 혜성이 나타났다. 천문관은 이 혜성으로 인하여 앞으로 12년간 가뭄이 들 것이라 예측하였다. 왕은 긴급히 신하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하고, 12년간 백성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조사하였는데,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과연 가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굶주려 죽는 백성들이 속출하였다.

설두라건녕왕은 연일 굶주림으로 사람들이 죽어나는 현실이 견딜 수 없었다. 어느 날 새벽 모두가 잠든 틈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향해 예배하고 이내 서원을 세웠다.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어 고통스럽다. 나는 이 몸을 버리고 큰 고기가 되어 내 몸의 살로 일체중생을 구제하리라!’ 그리고는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던져 목숨을 마쳤다. 왕이 목숨을 마치고 곧 강의 큰 고기로 환생하였는데, 그 몸길이가 500 유순에 달했다.

그때 그 나라에 목공(木工) 다섯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도끼를 가지고 강가로 나가 나무를 베었다. 큰 고기는 목공들을 보고 말했다. ‘너희들이 배가 고파 먹을 것이 필요하거든 나를 잡아 내 살을 마음껏 먹도록 하여라. 너희들이 지금 내 살을 배불리 먹으면 나는 뒤에 부처가 되어 너희에게 법의 밥(法食)을 주어서 구제해 주리라. 그리고 너희들은 온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라. 먹을 것이 필요하거든 모두 와서 가져가라고.’

가뭄으로 궁핍했던 다섯 목공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각기 도끼로 고기의 살점을 쪼개어 배불리 먹고 또 필요한 만큼 가지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온 나라 사람들에게 자세히 알렸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백성들은 모두 찾아와 그 고기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12년의 가뭄 속에서 온 백성이 구제받을 수 있었느니라.

아난이여, 그때의 설두라건녕왕이 바로 이 몸이요. 다섯 목공은 저 교진여 등 다섯 비구이니라. 나는 그때 몸의 살을 그 다섯 사람에게 먼저 주어 배부르게 먹였기 때문에 금생에 최초로 설법하여 그 다섯 사람을 제도한 것이니, 내 법신의 조그마한 살로 저 삼독(三毒)의 굶주리는 괴로움을 덜어 준 것이니라.”

이 인연담은 교진여 등 다섯 비구의 공덕에 대한 비유로 읽을 수 있다. 그들은 비록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부처님의 수행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부처님이 성도하신 직후, 그 깨달음을 바로 알아본 것 또한 그들이었고, 대중들에게 그 법의 맛을 가장 먼저 알린 것 또한 다섯 비구였다. 생각해보면 그때 교진여 등이 아집으로 부처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들어도 그 뜻을 섭수하지 못했더라면 부처님께서 중생을 등지고 바로 열반에 드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맛을 알아보고, 맛을 알리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출전 : 불교신문 3728호/2022년8월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