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불교
지성 불교
지성불교의 정의
먼저 필자가 명명한 지성불교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지성(知性)이라는 말은 인간이 외계의 대상을 받아들여 판단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인식능력 일반의 의미를 지칭하며, 특히 어떤 현상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표현하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인간의 총체적인 판단능력의 의미에서 지성이라는 말을 붙인 것으로, 다양한 종교의 관점에서 불교의 특수성을 근거로 지성불교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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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불교의 의의
지성불교란 필자의 입장에서는 고타마 붓다의 정신세계에 대한 존중이자 대승불교의 보살 승가에 대한 공경, 그리고 대승불교의 중관철학에 대한 깊은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대승불교 보살의 정신과 그 실천적 자세가 지성불교가 모범으로서 배워야 할 인간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것은 거듭 반복되는 말이지만, 중도와 연기의 개념이 불교의 핵심적 교의로서 대승불교의 보살 역시 그러한 교의에 근거하여 수행, 실천하였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지금도 변함은 없고, 지성불교의 입장은 앞으로도 불교의 바른 정신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불교적 안목이라고 생각한다. 단 여기에서 다시 한번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언급할 것이 있다. 필자는 지성불교의 관점이 고타마 붓다의 근본 입장으로서 불교 이해에 매우 중요한 것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측면만을 중시하여 다양한 불교의 전통을 배척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밝힌다.
특히 대승불교의 전통으로서 중관사상과 더불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유식(唯識) 철학이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에서 보이는 의식에 대한 분석이나 마음의 철학을 통해 표현되는 지적 전통은 우리 불교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곧 이러한 불교의 지적 전통은 우리 인간에 대한 세밀한 설명으로서 경청하고 이해해야 할 중요한 내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지적 전통을 바탕으로 전개된 다양한 불교의 역사적 전통은 중요한 정신문화의 토대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다양한 불교사상이나 역사 전통에 대한 존중은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더라도 지성불교로 표현한 불교적 특징은 늘 소중하게 간직하고 되새겨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고타마 붓다의 시대나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의 시대나 인간의 사유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이 보인다.
그렇기에 이러할 때일수록 불교적 특성에 대한 인식이 보다 더 요구되는 것은 아닐까. 특히 재가 생활을 하며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고자 하는 불교도가 있다면, 대승불교의 보살과 같은 삶은 더욱 중요한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타마 붓다의 지성적 발로로 시작된 불교가 대승불교의 보살에 이르러 누구나 진리에 뜻을 둔 사람이면 붓다와 같은 정신적 경계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불교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역사적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
이태승 tslee@uu.ac.kr
동국대 인도철학과 석사, 일본 고마자와대학 박사. 한국불교연구원 원장 등 역임. 주요 저서로 《을유불교산책》 《인도철학산책》 《샨타라크쉬타의 중관철학》 《지성불교의 철학》 《폐불훼석과 근대불교학의 성립》 등과 역서로 《근본중송》 《티베트불교철학》(공역) 《근대일본과 불교》(공역) 등 다수. 현재 위덕대학교 불교문화학과 교수, 인도철학회 회장.
<출처 : 불교평론, 2021년 가을호, 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