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상놈
양반과 상놈
양반이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으로 ‘상놈’의 상대어이다. 원래 고려시대 문반과 무반, 혹은 동반과 서반을 지칭한 데서 유래하였다. 처음에는 문무반(文武班), 동서반(東西班) 등 두 개의 반을 의미하다가 고려 말 조선 초에 이르러 그에 소속된 사람과 그 후손, 그리고 문무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과 그 후손이나 인척 등으로 의미가 확대되어 갔다. <출전 :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어릴 때 자라면서 나는 유달리 ‘양반’이라는 말에 약간은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선친께서 늘 우리는 퇴계선생의 자손이라며 모든 행실이 똑 바로 하여야 된다고 하셨고, 집안에 어른이라도 찾아오시면 놀다가도 집에 와서 큰 절로 인사를 드리곤 하였다. 그리고 우리 집은 어물가게를 하여서 그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안주도 준비하고 선친은 술을 못하시면서 꼭 어른들께 술을 대접하곤 하셨다. 또 몸가짐도 언행도 바르게 하라면서 좋은 말씀이셨지만 그 당시에는 잔소리로 들려서 괴로웠었다. 주변에 친척들이나 사촌, 육촌들도 선친이 어려워 잘 근접을 안 하였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은연중에 ‘양반이라는 놈은 참 나쁜놈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이제는 시대상황이 변하여 옛날과 같은 양반, 상놈 구분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양반과 상놈은 존재하고 있다. 나도 완벽하지도 못하고 모자라는 것이 많지만 늘 선친의 말을 새겨들어 언행을 조심하고 매사에 나를 잘 돌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면에서 수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의 양반은 늘 말과 행동을 반듯이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논리적,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이 나를 욕하더라도 이성적으로 대처하며 상대방의 잘못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에게도 잘못이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사람이다. 상놈은 논리적이 아니라 앞뒤 가리지 않고 감정적으로 마구 욕을 해대면서 안하무인으로 대들거나, 자기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남의 잘못만 거론하며 막무가내로 욕을 하대며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다. 감정적이며 자기주관적이며 지혜롭지 않는 무식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등 따시고 배부르며 이성적일 때는 모두가 온화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이거나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화가 나거나 손해를 입었을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나타난다. 그때서야 비로소 저 사람이 양반인지, 상놈인지가 구별이 된다. 나는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죽는 날까지 양반으로 살고자 노력한다. 또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비록 내가 손해보고 욕을 먹더라도...2014년8월12일 저녁 현담!
오대산 상원사 영산전 앞 석탑,2014.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