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다문경 - 감각과 통각(統覺)
말린다문경 - 감각과 통각(統覺)
혜인스님 조계종 교육아시리
“존자 나가세나여! 안식(眼識)이 일어날 때마다 의식(意識) 또한 일어납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먼저 일어납니까?”
“안식이 먼저 일어나고 다음에 의식이 일어납니다.”
“안식이 의식에게 일어나라고 명하거나 의식이 안식에게 일어날 거라고 보고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 소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안식이 있는 곳에 어떻게 의식이 생기는 것입니까?”
“대왕이시여! 둘 사이에 경향, 문(門), 습관, 익숙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비가 올 때 물은 어느 쪽으로 흐릅니까?”
“지면의 경사진 곳으로 흐릅니다.”
“다시 비가 내릴 때 물은 어느 쪽으로 흐릅니까?”
“처음 물이 흐르던 곳을 따라 흐릅니다.”
“이 때 처음 물과 다음 물이 명령하거나 보고하며 흐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식이 생기는 곳에 의식 또한 생기는 것입니다.”
“문(門)도 예를 들어 주십시오.”
“도성이 높은 벽으로 둘러 싸여 있고 문이 하나라면 사람은 어디로 나오겠습니까, 또 다음 사람은 어디로 나오겠습니까?”
“문이 하나이기 때문에 앞 사람이 나간 그 문으로 뒷사람도 또한 나갈 것입니다.”
“맞습니다. 습관과 익숙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앞 수레가 통과한 길로 다음 수레 역시 습관적으로 통과하는 것과 같이, 또 초보자는 처음에는 서툴지만 나중에 꼼꼼하게 주의하고 익숙해짐에 따라 뛰어나게 되는 것처럼 안식이 생기는 곳에 의식 또한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이 생기는 곳에도 의식(意識)이 생기는 것입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세상의 존재를 분류하면 육근(六根, 감각기관)과 육경(六境, 감각대상)이다. 이 열 두 가지 범주(12處)가 불교 존재론이다. 여기에 육식(六識, 감각의식)까지 더해지면(18界) 불교의 인식론이 완성된다. 단지 근(根)과 경(境)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을 존재로 인식하게끔 이어주는 것이 식(識)작용이다. 근(根), 경(境), 식(識)이 상호작용(접촉)하지 않으면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문제는 앞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다섯 가지 감각대상을 인식할 때 여섯 번째 의식(意識)은 ‘항상, 또는 어떤 순서로 일어나는가’이다.
6식(意識)은 앞의 감각작용들(前五識)의 불완전한 인식에 기억, 재인식을 더해 확정적인 인식 또는 앎을 가지게 되며 더불어 6식 고유의 대상인 법경(法境)을 인식하며 판단, 분별, 요별 등의 마음작용을 한다. 간략히 말하면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감촉을 느끼는 것으로는 완전한 인식이라 할 수 없고 뒤이어 일어나는(緣起) 6식에 의해 보다 정확한 인식을 하며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눈(眼)이 있고 대상(色)이 있지만 인식작용(眼識)을 할 수 없다. 또 갓난아기는 눈(眼)으로 천장에 달린 모빌(色)을 바라보지만(眼識) 아직은 관찰 정도이다. 이 두 부류는 대상에 대한 기억, 또는 재인식이 부족해 확정적 판단을 하는 인식(意識)이 발달하지 않았을 뿐 마음(意識)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식은 기억, 또는 재인식 때문에 바르게도, 틀리게도 분별(分別)할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정상인이 시각장애인이나 갓난아기보다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해도 6식(意識)은 자신의 기억과 경험에 의해 치우친 판단을 하게 되는 오류를 범할 여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불교신문3692호/2021년11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