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업진언
정구업진언 ‘수리 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예불 시간 첫머리에 독송하는 천수경 경구이다. 이 진언은 우선 입부터 맑게 하여 부처님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身口意 三業을 지으며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말로 짓는 구업을 가장 많이 짓고 누구나 쉽게 지으며 살고 있다. 아마도 사람을 대하는 매순간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말로 짓는 구업을 조금이라도 씻어내기 위하여 정구업진언을 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거나 단 둘이 이야기 하더라도 본의 아니게, 혹은 고의적으로, 혹은 실수로 남의 말을 많이 하는데 선의(善意)의 말보다는 시기하고 질투하고 이간질하고 왜곡하고 험한 말을 더 많이 한다. 또 남의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좋게 말하는 것보다는 첨기하거나 왜곡하거나 본뜻을 과장, 축소되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면 전달 받은 사람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여 감안해서 혹은 참작해서, 다른 사람이 말도 참조해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말을 또 전하면서 그보다는 오히려 왜곡해서 말하거나, 진의에 어긋나게 전달하는 일이 더 많다. 정치권에서도 종종 막말을 하여 문제가 되는데 나중에 말을 한 당사자는 진의가 왜곡되었다면서 항변하기도 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이런 일을 많이 겪는데 남의 말을 전달하는 것은 가급적 안 하면 좋겠지만 전달하였을 때는 사실 그대로 전달하여야 한다. 그 속에 내 생각을 첨언하거나 나 하고 관련이 있어 왜곡, 확대, 축소해서 말하면 안 된다. 우리말에 ‘아, 어’ 다르다는 말이 이다. 같은 말을 하였더라도 시기와 장소,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서 그 말의 본뜻은 달라지며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막 초상을 치르고 있는 사람에게 ‘오늘, 날씨 참 좋습니다’하는 것은 실례이지만, 좋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덕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상호 간에 대화할 때는 당사자끼리는 별 문제가 없이 대화를 하지만, 그 당사자 중 한 사람이 두 사람간의 대화를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전달하면서 비틀어지고 확장축소 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말을 전하고자 할 때는 당사자에게 직접 말을 해 주는 게 좋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서 전달되면 늘 진의가 왜곡되어, 받아들인 그 당사자는 또 다른 오해를 할 소지가 많아진다. 그래서 가급적 남의 말을 전달하지 말아야 하고 전달하더라도 사실에 입각하여 전달해야 하고, 전달 받은 당사자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할 게 아니라 전후사정을 살펴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좋은 말, 이쁜 말, 겸손한 말, 칭찬하는 말, 감사하는 말, 배려하는 말, 이해하는 말을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그래야 무수히 짓고 있는 구업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으며, 또 다른 구업을 짓지 않를 것이다.
2019년6월21일 아침, 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