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마하가섭

이원도 2022. 2. 21. 08:49
마하가섭존자
 
이정우 - 군법사
 
불교경전에 보면 부처님 당시에 가섭이라는 이름의 제자가 여럿 나옵니다.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가섭이 나오는데 불자들은 이들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루웰라의 가섭 3형제와 십력가섭, 가섭존자가 그들입니다. 이 다섯 명 중 부처님 10대 제자로 거론되는 분은 이름 뒤에 존자라는 명칭이 붙거나, 이름 앞에 ‘마하’란 형용사를 붙여 마하가섭(Mahākāśyapa)이라고 불렀습니다.
 
마하가섭은 마가다국의 왕사성 근처에서 태어나 일찍이 바라문이 되었으나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출가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만 신부도 세속적 욕망을 떠난 삶에 동의하여,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기까지 12년 동안을 쇼윈도부부로 살다가 결국 둘 다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증일아함경>의 ‘제자품’에 마하가섭은 ‘열두 가지 두타의 얻기 어려운 행’을 잘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두타(Dhuta, 頭陀)’란 전통적으로 출가자들이 지켜야 하는 생활규범들을 말합니다. 그는 하루 한 끼만 먹고, 헌 옷을 빨아 기워 입으며, 앉기만 하고 눕지 않으며, 빈부를 가리지 않고 항상 걸식하며, 수행처에 머무는 것 등 규범을 철저히 지켜 두타행 제일로 알려졌으며, 출가자 대부분이 그를 존경하고 따라 부처님 이후 교단의 최고 리더가 되어 제1 경전결집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중국 선종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생전에 자신의 법을 가섭존자에게 전한 세 가지 일화를 전하는 데 이를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합니다. 첫 번째는 부처님이 바이살리 서북쪽 다자탑 앞에서 설법을 하실 때, 가섭이 누더기 차림으로 뒤늦게 참석했는데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자 부처님은 자신의 자리 반을 나누어 주었다는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입니다.
 
두 번째는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던 중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였는데, 가섭존자만이 그 의미를 헤아리고 빙긋 웃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 또는 이심전심(以心傳心)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부처님이 돌아가셨을 때 멀리 있던 마하가섭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도착했는데 열반하신 부처님은 관 밖으로 당신의 두 발을 내보이셨다고 합니다. 이를 한자로 곽시쌍부(槨示雙趺)라 합니다.
 
이 삼처전심은 마하가섭이 역사상 부처님의 제자 중 최고였음을 후대에서도 인정해주는 가장 응축된 헌사라고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선종에서는 그를 부처님께 선법(禪法)을 받아 이어준 일대조사(一代祖師)로 여겼으며, 부처님의 10대 제자를 손꼽는다면 당연히 제일 먼저 거론되는 분입니다.
 
[출전 : 불교신문3687호/2021년10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