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불교
기본불교(근본, 초기, 원시)
이정우 군법사
불교는 글로벌한 종교로 퍼져나가면서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기존의 문화와 잘 융화되어 각각 특색 있는 불교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불교는 지역적으로는 남방·동남방·북방·동북방 불교라고 하는 인도를 중심으로 한 분류와, 동양·서양·유럽·북아메리카 불교 등 일반적 지역 분류 명칭의 불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인도·중국·한국·일본·스리랑카·미얀마·티베트·미국 불교 등등 명칭의 국가별 불교도 독특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는 초기불교(원시불교·근본불교·기본불교)·부파불교(소승불교)·대승불교·선불교 등으로도 불립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명칭을 소유한 부파불교 이전의 불교, 즉 원시불교·초기불교·근본불교·기본불교를 간략히 분류해 보겠습니다.
이전 학자들 대부분은 부파불교 이전을 ‘원시불교(Primitive Buddhism)’라고 불렀습니다. 요즘은 이 명칭보다는 ‘초기불교(Early Buddhism)’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이름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거의 같습니다. 원시불교라는 명칭이 쇠퇴한 이유는 ‘원시’라고 하면 뭔가 미발달된 원시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가치중립적인 ‘초기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초기’라는 의미에 역점을 두면 원시라는 단어보다는 덜 하지만 아직도 뭔가 부족한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어서 나온 명칭이 ‘근본불교(Fundamental Buddhism)’라는 용어입니다.
이 근본불교라는 용어도 ‘근본’이라는 의미에 역점을 두고 보면, 근본불교만이 불교의 근간이 다 들어 있고 다른 교파의 불교는 그것이 무엇이든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아직도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학자들은 ‘기본불교(Basic Buddhism)’라는 명칭을 고안해 냈습니다. 이 명칭이 흥미로운 것은 초기불교·원시불교·근본불교가 모두 시대적 흐름에 따른 구분인데 반해, 기본불교는 내용과 기능면에서의 특성을 강조한 단어라는 것입니다. 즉 기본불교는 내용면에서 무상·무아·사성제·팔정도·연기·공 등 부처님의 기본교리를 중점으로 했던 불교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명칭의 불교가 되었든지 덧붙이거나 변형하기 이전 원형 그대로인 불교의 베이스인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역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토착화 되어 다양한 명칭으로 발전되었지만 그 모두가 불교라는 큰 울타리에 수용하는 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부처님의 근본교리에 충실한 정체성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출전 : 불교신문3696호/2021년12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