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

무아(無我)와 윤회(輪廻)의 실상

이원도 2021. 12. 6. 08:36

무아(無我)와 윤회(輪廻)의 실상

 

 

혜인스님 조계종 교육아시리 

 

 

윤회는 고정불변 실체 아닌

등불 의지해 계속 타고 있는

불꽃같이 변화, 연속되는 것

밀린다 왕은 윤회(輪廻, saṃsāra)에 대한 질문을 한다.

 

존자 나가세나여, 다시 태어난 자는 사멸한 자와 동일합니까. 아니면 별개의 것입니까?”, “동일한 것도 별개의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일찍이 갓난아기로 누워 있었던 당신과 지금 성인이 된 당신은 동일합니까?”,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갓난아기였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른 것입니다.”, “저 역시 갓난아기의 모습에서 지금은 이렇게 성인이 되었습니다. 실로 이 몸에 의존하여 이 모든 상태가 하나에 포섭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로 설명해 주십시오.”, “가령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켰다면 그것은 밤새 탈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저녁의 불꽃과 새벽녘의 불꽃은 동일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등불에 의존하여 불꽃은 밤새도록 계속해서 타고 있는 것입니다.”, “사물의 연속(개체)은 그와 같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생겨나는 것과 소멸하는 것, 다시 태어나는 자와 죽은 자는 별개이긴 합니다만, 한쪽이 다른 쪽보다 앞의 것이 아닌 것처럼 또 뒤의 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자면 동시적(同時的)인 것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것은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은 것으로서 최후의 의식에 포섭되기에 이릅니다.”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해 주십시오.”, “새로 짜낸 우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엉기게 되고, 엉긴 우유는 버터로 바뀌며, 다시 버터는 버터유가 될 것입니다. 만약 우유와 버터와 버터유가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르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유에 의존해 별개의 상태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사물의 연속(개체)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현상세계를 인식하는 인간의 인지범위는 대개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과 그로 인해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 실제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하더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자신도 그것을 인정하고 따르게 된다.

 

문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번 고정된 기억과 경험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재의 순환적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라는 고정관념은 좀처럼 깨어지지 않는 난제이다. ‘를 직접 경험의 실체적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생(現生) 안에서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라는 것을 윤회(輪廻)’라는 경험하지 못한 사후(死後)의 생()과 연결되면 더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의 인식은 직접 경험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한정적이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 우리는 연속된 영상을 보지만 1초의 영상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프레임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하지 못했다 해도 그것은 사실이다. 연속되어 진다고 생각하는 개체 안에서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라는 실체(고정불변)의 개체적 통일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윤회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형태가 아닌, 등불을 의지해 계속 타고 있는 불꽃과 같이 그렇게 변화하며 연속되고 있을 뿐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일상의 경험세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그 세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불꽃이나 우유의 비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변화의 속성들이며 이로 인해 고정되어 있는 ()’라는 실체적 개념을 제거할 수 있다.

 

[출전 : 불교신문3678/20218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