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풍비번(非風非幡)
비풍비번(非風非幡)
어느덧 무더위가 찾아왔다. 매년 되풀이 되는 자연의 섭리지만 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금년은 어느 때 보다도 전력 사정이 어려워 생활에 불편을 감수해야만 할 것 같다. 정치권과 사회에서는 전력 수급과 절약방안,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론과 향후 대책을 놓고 서로 공방이 치열하다.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은 원자력이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과 환경재앙을 걱정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한 비례적인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위하여 쓰기는 해야 하면서도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순과 그 대립의 역사라고 하겠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고 슬픔과 즐거움도 교차하고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오기도 하며, 나의 불행이 남에게는 행복으로 다가간다. 정해진 재물과 명예를 놓고 서로 누가 많이 가지느냐가 지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며 생존 경쟁을 위하여 피나는 투쟁들을 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순간순간의 시간 속에서도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슬픔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마음속에서 이루어지지만 그래도 외형적인 명예와 재물의 소유여부도 관건이라고 하겠다. 우리 보편적인 사람들은 다분히 명예, 재물 등을 소유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그것을 얼마나 소유해야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는 천차만별이라고 하겠다. 어쩌면 누구나 100% 만족은 느끼지 못하고 더욱 많은 것을 취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육조 혜능 스님은 바람에 깃발이 날리는 것을 보고 두 스님이 서로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논쟁하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비풍비번(非風非幡)이라고 바람·깃발이 아니라 오직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같은 삶이라도 달리 보이며 느껴질 것이다. 나 스스로도 하루에도 수천 번 마음이 교차되고 밤사이에도 수개의 인생살이를 하고 있다. 일상에서도 도거(悼擧)와 혼침(昏沈)을 반복하며 삶이 과연 무엇인가를 아직도 생각하며 살고 있다. 흐트러지고 황망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부처님 전에 의탁하였으나 아직은 머나먼 불자의 길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우리 불자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열반(涅槃)의 경지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열반은 욕망의 불길이 꺼짐으로 인하여 예속하던 갈애(渴愛)가 소멸됨으로써, 탐욕의 소멸, 노여움의 소멸, 어리석음의 소멸을 일컫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완전한 자유와 안온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것, 즉 진리의 길, 평화의 길로 살아가는 모습이 열반”이라고 하였다. -끝- 2013년6월14일 밤 현담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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