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 이야기1
용하스님의 열반경이야기] <1>
용하스님/포천 정변지사 주지 승인
어느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구시나국(拘尸那國, Kushinagar)에 있는 아리라발제 강가의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신통한 힘으로 큰 음성을 내시어 온 중생들에게 두루 알리셨다.
“오늘 여래는 여기서 열반하여 중생의 귀의처가 되어주고자 한다. 모든 중생은 의심나는 것이 있거든 지금 모두 묻도록 하라. 이것이 곧 마지막 물음이 될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제자들과 대중들은 크게 놀라며, 소리 높여 통곡하였다.
“아아, 자애로운 아버지시여, 아프고 괴롭습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머리를 쥐어박기도 하고 가슴을 치며 절규하고, 또 어떤 이는 온몸을 떨며 눈물짓고 흐느꼈다. ‘깨달은 자, 위대한 스승이 이렇게 가시려 하다니. 삶이란 이토록 허무한 것인가? 스승이 가시고 난 후엔 무엇에 기대어 이 암담한 현실을 살아간단 말인가?’ 모두가 절망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할 때, 마치 경종을 울리듯이 산과 바다가 모두 진동하였다. 그러자 중생들은 서로서로 말하였다.
“각자 슬픔을 억제합시다.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만 말고 마땅히 빨리 구시나성의 부처님이 계신 곳, 사라쌍수 숲으로 가서 부처님께 예를 올립시다.”
장장 40권에 달하는 <대반열반경>의 설법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반열반경은 5호16국시대 북량(北)에서 활약한 담무참(曇無讖, 385~433) 삼장에 의해서 한역되었다. 이로써 <열반경>은 <화엄경>, <법화경>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정수를 담은 대표 경전으로서 널리 유통될 수 있었다. 물론 담무참의 대반열반경 이전에도 열반경은 여러 가지 이본(異本)으로 유통되었다. 그러나 이 경전들은 대부분 부처님의 열반에 임해 전개된 전후의 사건들을 기술하는 데 충실하며, 소승불교에 입각한 사상을 교설하고 있다. 반면에 담무참의 대반열반경은 부처님의 임종이라는 사건에 천착하지 않으며, 아예 열반의 순간에 대한 부분이 기록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설에는 대반열반경은 미완성 경전이며, 담무참이 후분(後分)을 수집하기 위해 서역으로 길을 나서다 화를 당해 입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대반열반경이 아난, 가섭, 최후공양자 순타 등의 입장을 재조명하고,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종지를 세우는 등 철저한 대승사상에 입각하여 설법을 펼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애초에 후분은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열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생에게 보인 최후의 방편이자 최고의 방편이다. 위대한 스승 붓다마저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 속에서 부처님께서 이루신 진리의 깨달음이란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생사의 굴레에서 번민하는 원인과 해탈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처님은 중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려 800여 가지의 비유를 들어 열반의 의미를 설하였다.
이러한 경전의 취지에 따라 본 연재에서는 이 800여 가지의 비유를 활용하여 대반열반경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하나 비유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고 의미를 고찰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부처님의 손가락을 따라 열반이라는 달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사라쌍수 숲으로 가자.”
[출전 : 불교신문 3750호/2023년1월10일자